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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서평] 앱솔루트 바디 Absolute Body
본인이 자주 가는 블로그의 블로거인 pilza2님께서 책을 출간했다 그러려서 잽싸게 사서 읽어보았다. 단편소설 매니아로서 요런 단편은 또 안 사볼 수가 없다. ㅎㅎ pilza2님의 작품 '지구의 아이들에게'는 이미 웹상에서 읽어봤지만 책으로 다시 읽어봤다.

내가 자주 가는 블로거들이 책을 내면 거의 사 보는 편이다. 게렉터님께서 참여하신 '환상문학 단편선', 굽시니스트님의 '본격 제 2차 세계대전 만화', 언더독님의 '250년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을 샀다. 그런데 이건 거기다가 단편소설 모음이라니, 단편소설을 즐기는 나에게는 사야할 의무를 지우는 것이나 다름 아니라. ㅎㅎ

웹진 크로스로드의 두 번째 국내작가 SF 단편 모음집인데 물론 첫 번째로 나온 얼터너티브 드림도 읽어보았다. 전반적인 작품이 그 때보다 좀 더 한국적인 (즉, 외국 SF와 차별되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아졌고 세련되었다고 본다. 여기다 내 마음대로의 작품평을 쓰겠지만, 혹, 작가분이 보신다면 평이 나쁘더라도 너무 기분 언짢아 하지는 마시길 바란다. ㅎㅎ 예전에는 이런 마이너 블로그에 누가 오겠나 싶어서 서평을 되는대로 막 썼는데, 의외로 예상치 못한 방문자가 있더라-_-

책 전체의 전반적인 평은 책 껍질에 씌여있는 김탁환 교수의 글이 약간 횡설수설하고 있긴 하지만 비교적 잘 나타내주는 듯 하여 그걸로 대신한다.

이 소설집은 현재 한국 SF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품고 있다. 과학문명의 발달에 따라 도래할 새로운 인류에 대한 풍부한 묘사와 물질만능이나 전제주의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경고는 빛을 발한다. 이야기의 영역도 작게는 필자들이 속한 학교나 직장을 조밀하게 따지며 크게는 우주의 탄생과 우주인과의 교신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건드린다. 인간과 기계가 한 몸에 공존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주거공간으로 삼는 캐릭터까지 등장한다. 그러나 장점이 도드라진 만큼 아쉬움도 남는다. 대부분의 필자들이 이 세계를 1인칭에 기대어 일기나 편지 형식으로 살핀다. 감정을 전달하기에는 적당한 방식이겠으나 세계와의 정면 승부를 하기에는 미리 도피하여 숨을 자리를 마련해두는 허약한 구조를낳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훌륭한 SF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문제의식까지 두루 포괄한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정진한다면 더 뛰어난 작품이 나오리라 기대하며 다음 작품을 기다려본다.


가급적 내용 누설은 삼가하겠으나 작품의 재미를 완전히 살려 독서하고 싶으시다면 더 이상 읽지 않기를 권고한다.

단편 SF의 묘미는 짧은 시간에 상황묘사를 끝내고 긴박하게 사건을 몰고가다가 결말을 살짝 뒤트는 부분에 있다고 하겠다. 물론 이런 형식도 상투적인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첫 작품 '굿 모닝, 존 웨인'은 괜찮은 출발이라고 본다. 중간에(p32) 미래의 지구사회를 묘사하는 부분이 잠깐 있는데, 언어가 통일되고 국가와 민족의 개념이 사라진다는 부분은 일어날 확률이 너무 적어 비현실적으로 얼토당토 않아서 약간 실망했다. ㅎㅎ

'우리 반에서 양호실까지의 거리'는 SF에서 보기드문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오오 놀랍다 중고딩이 SF의 주인공이 될 줄이야. 이런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것 아닌가. ㅋ 실제로 내용도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영향을 받은 법한 스토리이다.

여러작품에서 실험적이고 재미있는 시도들을 하고 있는데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앱솔루트 바디', 소설 전체가 한 명의 독백인 '조개를 읽어요', 로봇을 1인칭으로 설정한 '집사'가 서술 방식에서 약간 인상적이었다.

두드러지게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있다면 '고래의 꿈'인데,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로버트 하인라인의 '지구의 푸른산'을 연상하게 한다. 환상과 현실을 불투명하게 겹치면서 이동하는 서술방식이 마음에 든다.

'플라스틱 프린세스'와 '꿈의 입자'는 좀 실망했는데, '플라스틱 프린세스'의 경우 인물의 행동의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아 심리적 공감을 못 느꼈기 때문이고, '꿈의 입자'는 그냥 지루하다. 사건의 전개를 고의적으로 불필요하게 난해하게 보이기 위한 서술 방식을 쓰는 것 같아 거부감이 있다.

pilza2님의 '지구의 아이들에게'는 예전에 읽었던 것이지만 참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단편 중에 얼마전에 타계한 아서 C. 클라크의 '오오 지구여, 내가 만일 그대를 잊더라도...'가 있는데, 다 읽고 난 다음의 느낌이 이것과 약간 비슷하다. 미미하게 남은 인류의 희망을 꿈꾸며 그것을 그리는 마지막 부분에서 그런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지만 중간에 살짝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시점을 살짝 바꾸는 서술 수법을 쓰고 있는데, 등장인물이 회상하는 느낌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아주 적절하게 사용된 방식이 아닌가 싶다. 티벳과 같이 정부에 의해 억압받는 민족 독립 문제 같은 사회적 문제를 부드럽게 은유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괜찮은 작품이 아닌가 한다.

어쨌든 한 번 사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단편의 매력을 느껴보시라. 한국 SF의 발전이 있기를!

http://blog.yes24.com/document/1113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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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추유호 | 2008/10/13 21:44 | 독서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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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추유호's encycloped.. at 2009/03/20 22:45

... 환상/sf 문학 단편 모음집으로 '얼터너티브 드림',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앱솔루트 바디' 이후 네 번째로 완독한 것이다. 사실 종종 들르는 pilza2님의 작품이 실렸다길래 알게 된 것이다. ㅋ 그러고보니 저 책 중 세 권이 황금가지에서 나온 것이군. 여기를 ... more

Commented by ff at 2008/10/14 08:40
사실 크로스로드 사이트 가서 읽어보면 되는데... 하하하하.
Commented by 추유호 at 2008/10/14 10:02
당신이 SF의 발전을 바라는 사람의 마음을 알까나.
Commented by rainyvale at 2008/10/14 09:32
'absolute body'라면... 세상 살다 보면 숱하게 만나게 되는 '완전체'들에 대한 이야기일거라 예상했는데... ^^
Commented by 추유호 at 2008/10/14 10:02
ㅎㅎ 그런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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