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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핑커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의 저서 '언어 본능'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인가!'라는 생각에, 아예 책을 볼 생각도 안 했었다. ㅋㅋ 이전에 읽었던 '위험한 생각들'이라는 책에서 짧긴 하지만 그의 글을 다시 만났는데, 그 때의 느낌은 '생각보다 덜 싸이코인데-_-?' 정도였다. ㅎㅎ 그러한 생각이 극적으로 바뀐 것은 바로 이 책의 덕택이 아닌가 싶다. 비디오 검색을 하면 그의 인터뷰 몇 개도 볼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인 '빈 서판blank slate'은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씌여지지 않는 백지상태이고 인간의 본성은 환경과 가정과 교육에 의해 결정된다는 관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문구이다. 이 책의 저자는 책에서 인간이 태어날 때의 성질이 백지라는 관점을 공격하고 있다. 이전 포스트에도 밝힌 바 있지만, 이 책은 인간의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영혼' 같은 것의 존재성에도 공격을 하고 있다. 영혼의 존재를 공격하는 것은 '빈 서판'을 공격하는데 매우 효과적인데, 왜냐하면 영혼은 소프트웨어이고 육신은 하드웨어이므로 개별 인간의 아이덴티티(본성)는 영혼에 의해 결정되고 따라서 육신의 디폴트 상태(영혼이 없는 상태)는 '빈 서판'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육신에 영혼이 바뀌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식의 토테미즘 사상적 이야기나 영화 '사랑과 영혼'과 같은 이야기 등등의 내용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책을 읽으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또 다른 포스트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뇌량을 절단한 후 행해진 실험들인데, 우리의 자유의지라는 것이 단일된 하나의 객체가 아닌 다수의 신경계의 의사합일과정에 의해서 도출되는 것이라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아'라는 것이 데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냥 단백질로 채워진 유기체일 뿐인데, 너무 철학적인 유기체라서 탈인듯. ㅎㅎ 인간의 선천적 차이를 인정하는 문화가 미국과 많이 달라서 그런지 책에서 제시된 선천적 차이에 대한 연구에 가하는 테러사건들의 소식에 크게 인상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다민족 국가라 그런지, 인간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주장은 다른 인종간의 강한 대립과 반목을 일으키기 때문에 연구가 쉽지 않은 듯 하다.(p195-200) 상당히 많은 주장은 동의를 하는 편이지만 핑커의 몇몇 공격은 방향을 잘못 잡은 느낌도 있다. 즉, '없다'의 범위를 모호하게 취급하여 공격하는 방식이다. '방안에 아무것도 없네'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벽지가 있고 장판이 있네'라고 공격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논의가 전개되는 곳이 가끔 있긴 하지만(해당 페이지 생각 안남) 나머지는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 주장도 많다. 그리고 인간의 선천적 차이를 인정함으로서 생기는 이익을 주장하는 부분 중에 통계에 의한 편의를 예로 드는 부분(p263-264)이 있는데 애석하게도 저자가 심리학자여서인지 통계가 얼마나 간단하게 왜곡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는 듯 하다. 통계를 이용한 재미있는 왜곡들의 사례가 John Allen Paulos의 대중 수학서에 많이 제시되어 있으니 읽어보기 바란다. 몇 권 번역되어 있긴 한데, 지금 검색해보니 모두 절판되었네. ㅋㅋ 그의 사회관점은 너무 우파적 입장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는 주장(p270-272)이 그것이다. '기회의 평등'은 정말 좋은 말이긴 한데, 지금의 사회에서 기회의 평등이란 거의 존재치 않는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사회가 부패해 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부유층은 대부분 세습된 부이다.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그의 사회를 보는 무딘 눈이 좀 안스러울 뿐이다. 그는 재능있는 자가 평등하게 대우받는 불평등을 말하고 있으나, 그가 주장하는 '재능'이라는게 가만히 읽어보면 '부'의 다른 말이라서 결국 부익부를 옹호하는 꼴이 될 뿐이다. 이것은 저자 자신의 능력부족이라기 보다는 미국적 거대 자본의 사회속에서 사는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인식적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자신의 사회가 주는 눈 이상의 비전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p278)은 본인이 알고 있는 맑스의 유물론과는 저자가 약간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쪽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저자가 틀린 건지 내가 틀린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가끔 저자가 무슨 목적으로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종잡을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주제랑 아무 관계 없는 듯 보여서) 저자는 한참동안 인종적, 생물학적 차이와 차별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인정해야 된다고 이야기해 놓고는, 또 갑자기 (분쟁을 의식해서인지) 자신의 말과 정반대로 차별이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버리는 어이없는 광경도 있었다.(p364) 아래의 내용은 이건희와 김정일에게 들려주고 싶다. p431
폭력에 관한 항목(p535-588)은 이전에 읽었던 '이웃집 살인마'의 내용과 많이 겹친다. 진화심리학이 요즘 뜨는 학문이긴 학문인가 보다. 아무튼 인간의 살인과 식인 습성은 매우 오래되었고, 살인이 인간의 본질적 습성중 하나인 것만은 확실한 듯 하다.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정말 광대한 자료의 제시와 다양한 분야에 걸친 논의의 전개이다. 저자는 심리학 뿐만 아니라 인지 신경학, 해부학, 경제/사회학, 통계학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고, 언어학과 문학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있다. 이 방대한 양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서 출처가 나와 있는데 - 매우 마음에 드는 저술방식이다 - 뒤쪽에 전부 찾아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이것저것 책을 다양하게 읽으면서 봤던 여러가지 지식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본인처럼 잡지식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번역의 품질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오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봐서 역자가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책이 좀 많이 두껍긴 하지만 저자의 주장과 인간 본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여러가지 광범위한 심리/신경학 논의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서 분명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은 문구 두 가지를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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