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빈 서판을 읽고 있는데, (여러가지 의미로) 이 책은 초 재밌다. ㅎㅎ 읽으면서 드는 생각과 감상을 모두 쓰려면 거의 이 책 분량만큼 써야할 듯...-_- 아직 반도 안 읽었는데, 이 책의 서평은 다 읽고 써 보겠다. (과연 내가 쓸 수 있을까나) 본인은 이 책의 내용에서 상당부분은 동의하지 않지만, 아래 부분은 꽤 설득력이 있어보여 올려본다.
|
스티븐 핑커 저/김한영 역, 빈 서판, 사이언스 북스 p336-337 (전략) 이 사고실험은 가령 하느님이 미래를 보고 모든 것을 안다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왜 신경을 쓰겠느냐는 물음처럼 열세 살짜리 무신론자들이 좋아할 만한 논리 퍼즐이 아니다. 종교의 역사를 보면 하느님이 사람들에게 온갖 종류의 이기적 행동과 잔인한 행동을 명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미디안 사람들을 학살하고, 그 여인들을 유괴하고, 매춘부를 돌로 치고, 동성애자를 처형하고, 마녀를 태우고, 이교도와 불신자들을 살해하고, 신교도들을 창 밖으로 던지고, 죽어 가는 아이들에게 약을 쓰지 못하게 하고, 낙태 시술 의사를 총으로 쏘고, 샐먼 루시디를 저격하고, 시장을 폭파하고, 고층 건물을 향해 비행기를 몰라고 명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히틀러도 자기가 하느님의 의지를 수행한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자.9 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악행이 반복된다는 것은 그것이 우연한 도착 행위가 아님을 말해 준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전지 전능한 권위자는 성전의 전사들을 끌어 모으는 사악한 지도자들에게는 아주 쓸만한 후원자이다. 또한 입증할 수 없는 믿음은 객관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동료들로부터 전해지기 때문에 집단마다 다르고 그래서 서로를 구별하는 견장이 된다. 그러니 누가 영혼의 이론이 마음을 신체 기관으로 이해하는 이론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말하겠는가? 줄기 세포를 연구하면 간염이나 파킨슨병의 치료법을 발견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존재론적 비약"을 통해 "영혼"으로 성장할 세포 덩어리이므로 연구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 운동에서 어떤 존엄을 볼 수 있는가? 알츠하이머병, 중증 우울병, 정신 분열증 같은 불행의 씨앗들은 생각과 감정을 비물질적 영혼으로 취급할 때가 아니라 생리학과 유전학의 대상으로 취급할 때 제거될 것이다.10 마지막으로 영혼이 육체보다 오래 산다는 교의는 결코 옳지 않다. 필연적으로 지상에서의 삶을 무가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수잔 스미스는 두 아들을 호수 바닥으로 던질 때 "우리 아이들은 가장 좋은 곳에서 살 자격이 있고 이제 그렇게 될 것"이라는 합리화로 자신의 양심을 속였다. 행복한 사후 세계는 부모가 자식의 생명을 빼앗으면서 남기는 최후의 편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11 최근에도 그런 믿음이 자살 폭탄 테러범과 공중 납치범에게 용기를 돋우어 주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더 이상 신의 응보를 믿지 않으면 거리낌없이 악행을 저지를 것이라는 주장을 거부해야 한다. 물론 비신자들은 법망이나 사회적 비난이나 자신의 양심을 피할 수만 있다면 영원한 지옥 불에 떨어지는 것쯤은 두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또한 천국에서 영원히 살 것이라는 희망을 위해 수천 명의 사람을 학살하지는 않는다.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이 주는 정서적 위안도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뇌가 죽을 때 우리의 존재가 끝난다면 삶은 목적을 상실하는가? 오히려 매 순간을 감각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소중한 선물이라는 깨달음보다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순간순간 "인생은 짧다."라는 사실을 떠올림으로써 얼마나 많은 싸움을 피했고, 얼마나 많은 친구를 사귀었으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꼈고, 얼마나 많은 애정을 표현했는가?
9. Murphy, J.P.M. 1999. Hitler was not an atheist. Free Inquiry, Spring, 9. 10. Damewood, M.D. 2001. Ethical implications of a new application of preimplantation diagnosis.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285, 3143-3144 11. Ron Rosenbaum, "Staring into the heart of darkness," New York Times Magazine, 1995. 6. 4; Daly, M., & Wilson, M. 1988. Homicide. Hawthorne, N.Y.: Aldine de Gruyter 79쪽
|
# by 추유호 | 2008/07/17 23:51 | 심리학, 뇌 | 트랙백 | 핑백(1)
|